약속

쿠로×

 

 당신과 항상 함께 있겠다는 약속을, 나는 어렵지 않게 내뱉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운명은 당신을 밀쳐냈다. 제게서 멀어져가고 있는 당신의 모습이 눈 앞을 가린다. 선명한 피사체가 그림을 그리듯 제 눈 앞을 뒤덮는다. 아찔한 당신의 미소가 어른거린다. 나는, 당신을 차마 제 눈에서 지울 수 없다. 다시금 당신을 사랑한다고, 다시 한 번 입밖으로 되내어 본다.

 당신은 언제나 활기찬 사람이었다. 아니, 오히려 당당하고 능글맞은 사람이라 해야하나. 항상 나를 격려해주고, 걱정해주는 -엄마같은- 남자였다. 그런 당신의 손을 붙잡으며 나는 속삭였다. 쿠로. 당신은 귓가를 간지럽히던 제 입이 멀어지자 가볍게 어깨를 떨었다. 그러곤 당신은 제게 이제껏 한 번도 보여주지 않은, 달콤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당신의 미소는 무언가 탁하고, 어두웠으나 확신에 차 있는 얼굴이었다. 나는 당신의 미소를 어색하게나마 따라할 수 밖에 없다. 혀 끝에서 당신의 이름이 맴돌다 부서진다.

 "쿠로."
 "잠깐 갔다오는거야. 멀리 가는 것도 아니고, 잠시 오사카 지점에 일이 생겨서 갔다 오는 거니까, 몇 일만 혼자-."
 "혼자있기 싫어. 나도 가면 안 돼?"
 "일이니까, 조금 힘들지 않을까."
 "쿠로."

 이거야 원, 선택지가 하나 밖에 없잖아. 당신은 한숨을 내쉬면서도 은근 기쁜 듯 나를 끌어 안았다. 당신의 포근한 품안에 안기니, 어느새 노곤해졌다. 제 몸을 끌어 안고선 나를 차량 뒷좌석에 태우고는 바로 오사카로 출발했다. 거침없이 나아가는 그의 질주에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그것보다 잠이 더 밀려오고 있었다. 당신은 그런 나를 잠시 바라보고선, 조금 자두라는 말과 함께 제 눈은 감기었다.

 "쿠로."
 "다 왔어."
 "쿠로."
 "좀 더 잘래?"
 "쿠로. 이게 뭐하는-,"
 "쉿. 이제 인형은 말 하면 안 되는거야. 켄마."

 당신에게 사랑한다 울부짖었을 뿐인데, 나는 왜. 

 당신의 손이 우악스럽게 제 손목을 잡았다. 당신의 혀가 제 입 안으로 밀고 들어온다. 필사적으로 거부하자 당신은 제 머리채를 잡아 채고선, 고개를 뒤로 젖혔다. 밀려드는 토기에 숨이 넘어갈 듯 들이쉬는 제 호흡을 당신의 입이 가로막았다. 점차 숨쉬기가 힘들어졌다.
 당신의 손가락이 제 입 안으로 파고들었다. 몽롱하게 풀린 눈이 당신을 향하고 있다. 당신은 개의치 않은 듯 제 머리를 쓰다듬고선 다시 부드럽게 입을 맞춰왔다.

 "쿠로, 일은."
 "가는 도중에 연락이 왔어. 안 와도 된다고. 그래도 이왕 떠난 김에, 오사카까지 가기로 했지. 방도 잡아놨는데."
 "그래서 여긴,"
 "호텔."
 "응."
 "하지만, 도망치려는 건 포기하는게 좋을 거야."

 뭐, 그 꼴로는 도망치기도 힘들겠지만. 매듭을 지어 제 몸을 포박시켜 놓고, 당신은 태연하게 제 입술을 삼킨다. 당신의 이질적인 태도가 제 마음을 바스라뜨린다.

 난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했을 뿐인데.

 "쿠로, 도망 안 가니까, 이거 풀어줘."
 "안 돼. 너, 도망 안 간다고 해놓고 도망간게 몇 번인데."
 "이거 아파. 풀어줘."
 "나참."

 그러면서 또 당신은 부드럽게 제 손목에 묶인 밧줄을 풀어냈다. 당신은 가끔 알다가도 모르겠다. 냉철하게 쏘아 붙이다가, 마음이 한 없이 약해져 유해지기도 하고, 부드러운 당신의 면을 보다가도, 밀어붙이는 당신의 단호함을 보기도 한다. 그 와중에 나는, 당신이 나를 아프게 하는게 가장 싫었다.

 "너, 집에 있었으면, 도망 갔겠지?"
 "따라왔잖아. 그걸로 도망 갈 의도가 없었다는게 증명이 되잖아?"
 "집엔 감시 카메라가 있는 걸 너도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그런거지? 차라리 완전히 모르는 곳에서, 도망치자고."
 "......"

 사랑해. 당신이 제 귀에 대고 속삭였다. 흩어지던 당신의 그 낮은 목소리가 제 귓가를 간지럽히다 흩어졌다. 당신의 손이 다시금 우악스럽게 제 몸을 안는다. 투박한 손이 제 머리를 쓰다듬고, 당신의 그 부드러운 입이 다시 제 입을 덮친다. 당신의 혀가 얽혀들어, 묘한 느낌이었다.

 "쿠로."
 "켄마, 사랑해."
 "......"
 "그러니까, 내 곁에만 있어. 내 이름만 부르고, 나한테만 안기고. 나한테만 사랑한다고 해."
 "사랑...해."
 "나도."

 당신의 사랑은 보답받지 못한다. 나는 다신 당신의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 할테다. 당신에게만 사랑을 고하겠다고, 거짓된 사랑을 다시 속삭인다.
 사랑해, 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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