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글 (떠오르는 대로 추가 예정)
*약간 r-15...?
*조금 상냥한 캇쨩과 조금 대담한 데쿠...))(실은 아직 캐릭터 파악이...완벽하지 않아서....ㅂ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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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정말, 장난에 불과한거야. 단순히 사춘기의 변덕에 불과한거란 말이지. 너도 그럴거라 생각해. 소꿉친구를 장난으로 망쳐놓는 일은 어른이 할 짓은 아니니까. 하지만 이해할 수 있어. 나만 망가지는 건 그렇게 문제 삼을게 못 되니까. 만약에 네가 나와 같은 길을 걷겠다고 다짐한다면, 그땐 어떻게 해서라도 뜯어 말릴거라고. 그러면 넌 화만 내면서 날 죽이려고 할까? 아냐. 캇쨩은 캇쨩이니까. 넌, 날 죽이지 못해. 왜? 너는 별 수 없이 나를 찾아올테니까. 너의 그 변덕을 참고 받아줄 인간은, 나밖에 없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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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엔 단순히 협박으로 시작한 관계였다. 청소년기의, 아직 설익은 과즙을 흘리는 제 모습이 퍽이나 가련했을까. 그의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봄에 나는 딸기가 무르익어 새빨간 자태에서 흘러나오는 연분홍빛 과즙같다며 농담조로 던지긴 했으나 단순히 말장난에 불과했다. 그 때 당시만 해도 진심이 아닌 줄 알았다. 흘러나오던 그의 언어가 제 귀에 박히지만 않았더라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텐데. 그의 입술이 달싹이며 나오는 그 한마디가 그리도 절박할 수 있었던가. 실은 다급한 목소리였다기 보단, 욕망으로 가득한 짐승이 으르렁대는 소리였지만.

 먹고싶다.

 겉으로 들릴까 말까한 아주 작은 소리였으나 분명히 들었다. 어쩌면 마음은 이미 먼저 준비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의 순수한 욕망을 배제하고서 제가 살아남기에는, 아마 역부족이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 날의 캇쨩은 나를 건들지 않았다. 준비가 필요하다거나 프로포즈를 먼저 하는게 어떻겠냐는 등의 혼잣말을 내뱉으며 복잡한 머리를 애써 굴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나는 옆에서 그의 혼잣말을 듣고 있었으나 들으면 들을 수록 그의 본심이 나오는 것 같아 그 날 이후로 그를 피해다녔다. 그도 딱히 말릴 생각은 있어보이지 않았다.

 문제의 발단은, 영상 사건으로 부터 시작되었다. 요즘 애들은 성장이 빨라서, 자신이 모르는 것들도 거의 대부분 알고있었다. 가령 그 중에서 질 나쁜 아이들은 서로의 AV를 공유하며, 그 속에서 나오는 연상의 여성에 대한 호기심으로 붉게 물든 영상을 뻔히 쳐다보는 이들도 적지 않았지만, 그는 결코 그런 부류는 아니었다. 영상 속 여자들은 전부 하나같이 교태를 부리며 그-정확히는 영상의 배우-를 유혹했다. 거기에 반응하지 않는 남자는 없으리라. 다만 분명한 건, 그는 비도덕적인 짓을 저지르고 끝에 와서야 후회에 물드는 짓을 반복할 위인은 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차라리 단박에 해버리고 마는 행동파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로 인해 제가 겪게 될 고통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는 여느 날과 같은 표정으로 제 비위를 상하게 하는 말을 지껄이며 하루를 끝마칠 예정이었으나 제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아무도 남아있지 않은 오후 5시의 중학교 교실은, 석양이 저물어가는 황금빛 태양이 교실 전체를 물들여 놓고, 그를 바라보던 제 눈빛마저도 이상하게 만들었다. 그가 태양 속에 빛나고 있었다. 붉은 빛을 뒤로 하고, 당신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평소와는 조금 다른 모습인 그가 조심스레 제게 다가와선 제 손에 들린 CD를 가져갔다. 비웃기라도 할 듯한 표정으로 제 눈을 쳐다보더니 되려 한숨만 내쉬는 그를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자 왜, 하며 퉁명스럽게 쏘아댄다.

 "그. 그거, 그러니까 그거 내껀 아니고. 내 차례라면서 넘겨주길래 받은 것 뿐인데... 그, 그냥 갖다 놓으려고.. 했..!"
 "이런 걸 왜 보냐? 너드새끼."
 "그, 그러니까 보려고 한게 아니.."

 제 마지막 언어는 그의 입술에 먹혔다. 이질적으로 흩어지던 그의 숨소리가 옅어지다가 사라졌다. 그는 제 얼굴을 마주하고 웃었다. 소름끼치던 그 손길이 떠올라 눈을 감았으나 그는 나를 때리지 않았다. 혹여 그의 개성으로 제 몸도 움직일 수 없도록 만들었다거나, 죽일 생각으로 달려든다면 막을 생각은 없다.

 "내가 때릴 것 같았냐. 데쿠, 내가 널...!"
 "미, 미안! 그, 그게 아니라..."
 "암튼 이런거 보지마. 알겠냐?"
 "으, 응."

 먹는 건 나중으로 미룰까. 하는 소리가 잠깐 작게 들리는 것 같았지만. 제 볼이 붉게 물들었단 사실을 알아차리게 된 건, 시간이 꽤 지나서였다.

_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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