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칭 시점의 소설입니다만, 혹여 '나'라는 표현이 발견되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찌통, 사망 요소가 들어가 있습니다(+미약한 유혈)
*분량 매우 짧습니다.(주의

 

 

 

 

너의 마지막

 


이와×오이

 


 네가 그걸로 족하다면, 아무 말도 하지 않을게. 그냥 네 곁에서 너의 마지막을 함께하며 너를 떠나보내도록 할게. 그게 너의 마지막 소원이라면 기꺼이.

 "이와쨩."

 그날따라 너의 표정은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또 무슨 까닭에서일까. 타케루가 괴롭히기라도 한걸까? 너의 미소는 종잡을 수 없이 일그러져갔다. 평소의 오이카와 토오루는 없었다. 항상 밝은 미소로 맞이하던 네가 없어지고 나니 주변은 조용했다. 너의 빈자리는 너무나도 크게 느껴졌다.
 하늘마저 푸른, 맑다 못해 밝은 날이었고, 방학이었지만 공부를 위해 도서관에 가는 길이었다. 옅게 흩어지는 구름은 애처롭게 하늘을 누비고 다녔다. 너의 마음속에 떠다니는, 불필요한 여러 생각처럼.

 너의 그 표정을 본 순간, 장난이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표정이 왜 그래. 너의 낯빛은 차차 어두워지더니 흐릿하게 일그러지다 못해 구겨지듯 어두워졌다. 맑았던 하늘이 먹구름으로 가득 차던 순간에, 너는 그 깊고 깊은 근심의 파도에 휩쓸려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아무런 발버둥조차도 치지 않고 고요히 가라앉고 있었다.

 "있지. 나, 이번 여행은 못 갈 것 같아."
 "왜?"
 "음, 갈 곳이 생겼거든."

 고 3 겨울방학. 우리는 모든 것을 마주했고 흘러 보냈다. 인터하이가 끝난 3학년들은 별 필요 없는 것에 불과했던가. 인터하이 후, 그 비참한 결과를 맞이한 후, 너는 부활동에 나가지 않았다. 한편으로 조금 편해진 것 같아서 마음이 놓였지만, 여전히 너의 얼굴은 일그러짐의 연속이어서 차마 너를 그냥 둘 순 없었다.
 그래서 너의 기분도 전환시킬 겸, 무작정 우리끼리 여행을 떠나기로 했는데 그것마저도 따라주지 않는다. 부모님도 따라오지 않는 배낭여행이라 둘이서 재밌게 놀다올 수 있겠다고 밝게 웃던 너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 조그마한 행복마저도 너에게 전해줄 수 없었던 걸까. 신은 무정하다. 너의 사랑을 앗아간 그 신에게, 되려 너를 증오하는 투로 내뱉는다. 그것은 너를 향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화살은 너에게로 날아간다. 마치 모든 게 네 탓인 것처럼.

 "그래도, 그 뭐냐. 이제 와서 취소할 수도 없고. 그거, 미룰 수 없는 거냐?"
 "응. 미안."

 너의 표정이 꽤 심각했기에 나는 아무 말도 않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비행기 티켓을 엄마들의 여행을 위해 각자 집에다 가져다 드렸고, 두 분은 같이 여행을 다녀오기로 하셨다. 그렇게 우리는 잠시의 기간 동안같이 지낼 수 있는 기간이 생겼다. 그것이 우연일지라도 너는 꽤나 기뻐했다. 하지만 너의 마음이 메말라 갈라지는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오이카와, 너 어디 아프냐?"
 "가까이 오지 마, 이와쨩."
 "피, 피가 나는데."
 "이 정도 피는 괜찮아. 심각한 거 아냐."

 병원이라도 가자. 하지만 너는 괜찮다며 계속 거부했다. 너의 아픔은, 전이되지 않았다. 네가 아프면 그건 반드시 마음속으로 공유될 터인데. 너는 아픔을 나누려 하지 않고 오롯이 자신의 병을 끌고 간다. 그것마저도 조금 의지하고 기대면 좋으련만. 가기 싫다는 너를 억센 손으로 잡아끌고 병원으로 향했다. 그러던 와중에 너는 말을 건넸고,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 한 표정으로 그 아슬아슬한 절벽을 떨어질까, 고민하고 있었다. 병의 진전도 없었지만, 완치의 진척도 보이지 않았다. 너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기대었던 머리를 떼어냈고, 지긋이 바라보던 그 눈빛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이런 너를 보면서도 서로 안으며 울어주는 것 밖에 못한다는 게 슬프다. 눈물은 너의 두 볼을 타고 흘렀다. 너의 것인지도 모를 액체가 서로의 얼굴로 떨어져 부둥켜안던 너의 표정이 아릿했다. 너는 곧 죽는다.

 "의사가 말하는데, 곧 죽을 거래."

 죽는다는 말이 무덤덤하게 너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리다. 병실 침대에 누워있는 너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찡하다. 너의 최후를 맞이하는 걸 보는 건 고통스러우나, 최후의 마지막은 함께해주고 싶었다.

 "안 죽어."
 "우리 여행도 못 갔는데. 그거 졸업여행이 아니라 신혼여행이었다?"

 농담조로 내뱉었지만 꽤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너는 반응을 보더니 조금 난감해 하면서 말을 이었다.

 "넌 남자라도 상관없어?"
 "너라면, 괜찮아."
 "그럼 결혼 할래? 아, 그건 이와쨩한테 너무 가혹하려나."
 "결혼 하고 싶어?"
 "응."

 너는 밝게 미소 지었다. 그것이 너의 마지막 소원이라도 되는 마냥, 끊임없이 갈구하면서. 너의 미소가 애처롭게 아른거렸다.

 "여자랑 안 해도 되는 거야? 나랑 해도 괜찮아? 분명 남자라서 딱딱하기만 하고 재미 없을 텐데."
 "이와쨩. 난 이와쨩이 좋으니까 상관없어. 네가 남자인 것도 관계없고, 그리고 난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한 순간에 울컥 치밀어 올랐다. 너의 그 한마디는 눈물이 흐르게 했다. 죽음은 성스러운 것이었고, 결혼은 축복할 만한 일이었다. 그걸 동시에 하겠다는 건, 모순이 있었다. 죽음은 결코 축복할 만한 일이 될 수 없었다. 너를 떠나보낼 수 없었지만 너는 이미 마음을 전부 저승에 두고 온 것 같았다. 그저 마지막을 보내기 위해 몸만을 남겨 둔 것 같았다. 그 마지막을 죽음으로 맞이하지 않고, 결혼으로 축복받으며.

 "그래. 어디서 하고 싶어?"
 "결혼식이라고 거창한 것도 필요 없어. 그냥, 사랑한다고만 말해줘."
 "사랑해."
 "이와쨩, 한 번만 더."
 "사랑해, 오이카와."
 "고마워 이와쨩."

 아스라이 흩어지는 너의 목소리를 들으며 마지막은 부디 평온하게 갈 수 있기를, 너의 손을 잡으며 기도했다. 이아쨩. 너의 입술이 미약하게나마 떨리며 부여잡고 있던 너의 손에 마지막 힘이 들어갔다.

 "응. 응. 오이카와. 흡, 왜 그래, 응?"
 "으, 이아쨔앙, 사랑해에."

 그 말을 마지막으로 너의 손에선 힘이 빠져나갔다. 너는 죽었다. 가슴을 부여잡으며 너의 손을 매만졌다. 마지막은 아직 인데, 아직 너를 떠나보내지 못했는데. 눈물이 너의 손을 타고 흐른다. 아직까지 온기가 남은 손이 눈물로 축축하게 젖어 들어간다. 마지막은 서로의 축복을 받으며 일그러졌다. 물론 너는 일그러지지 않았다. 손마저도 싸늘하게 식어가는 너의 모습은 오히려 더 평온해 보였다.
죽은 건 너인데, 되려 일그러지는 건 네가 아니다.
 아직 미약하게나마 뛰고 있는 심장이 차차 멎어 들어간다. 너의 마지막을 맞이하며, 너를 떠나보냈다. 부디 다음 생에서 다시 만나길 빌며.

 


 안녕, 토오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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