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ly Holiday

 

마츠×오이 

* 각애 스핀오프



 "아아-, 더워."

 더위에 물든 건물은 창문으로 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으며, 방 안에 있는 에어컨 조차도 주인이 없는 동안에는 작동이 되지 않았다. 차라리 비서실에 가서 얼음물이라도 달라고 해볼까. 그러기엔 저번 일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 것만 같아서 차마 사장실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다행히도 작은 선풍기가 책상 위에 놓여져 있었기에 그거라도 틀고선 작은 위안을 삼고 있었다.
 그는 오늘도 타이밍 좋게 거래를 마치고 돌아왔다. 꽤 좋은 결과를 가지고 돌아온 모양이었다. 그는 소규모 회사의 사장인데 (사실 하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가끔씩 오는 손님들과 거래만 하고, 주로 마약류나 총기등을 거래하는 '마피아'라는 사실은 극히 소수만 알고있는 사실이다. 아마 분홍색 머리인 그 비서도 아마 이러한 사실은 모를 것이다.

 그는 책상앞에 있는 선풍기에 얼굴을 대고 투덜대는 제 얼굴을 못마땅하게 쳐다보며 말을 건넸다. 그리고 서랍에서 에어컨 리모컨을 꺼내더니 무심하게 전원을 키고선 다시 집어넣었다. 그냥 틀어놓고 갈 것이지. 몇 시간 동안 더위에 방치시켜 놓은 그가 조금 미워질 뻔 했지만, 그 다음 그의 말에 누그러졌다.

 "영화보러 갈래?"
 "영화관?"
 "응."

 월척이다. 최근에 꼭 보고 싶었던 영화가 있었는데 집에서는 영화를 본다해도 그가 계속 달라붙어와서 힘들터였고, 최근에 바깥에 나가지 못해 많이 수척해 진 것 같았는데 그런 기분도 모조리 다 날려버릴 만한 제안이었다. 그 달콤한 제안을 어찌 거절할 수 있을까. 나는 그가 말을 바꿀세라 나는  재빨리 가겠다고 했다. 어딘가 찝찝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설마, 영화관을 통채로 빌린다거나...?"
 "그런짓은 안 해. 가서 영화 보려는거 아냐?"
 "아님 나 혼자 갔다 올...까?"
 "같이 가. 안 달라붙을게."

 그렇다면 답은 간단하다. 좋아, 가자. 더운데 잘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괴리감을 떨쳐버리진 못했다. 그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채로 다시 그의 손에 붙잡혀 영화관을 가야 했다. 그래도 나갈 수 있다는 자유에 사로잡혀 별 말 없이 그를 따랐다.

 "자리는, 각자 떨어져서 앉,"
 "이미 예매했어."
 "팝콘은?"
 "가서 사줄게."

 휴일이랍시고 거래도 빨리 끝내고 오셨댄다. 그럼 그가 원하는 대로 해줘야겠지. 나는 잔말않고 그를 따라 가기로 했다. 한 손엔 팝콘을 들고, 한 손엔 콜라를 들고 그를 따라간 2관에서는, 아직까지 광고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사람도 별로 많이 없는 것 같았다. 설마 이런 곳에서 이상한 짓 하려는 건 아니겠지, 하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긴장감을 놓을 순 없었다.

 "이거, 보고 싶은 거 맞아?"
 "으, 응."
 "꽤, 마니악하네. 이런 거, 좋아해?"

 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2관 안으로 들어갔다. 자리를 찾아가니, 것도 영화관 구석이다. 진짜 어떤 흑심도 없는 것일까. 나는 여전히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
 그리고 영화보는 내내, 내용에는 집중하지 못하고 무심하게 쓰다듬는 그의 손길을 느끼지 않으려 애써야 했다. 다음부터 내가 그 녀석이랑 영화관에 오나 봐라, 진짜. 그리고 끌려 올테다, 제기랄.

 "그러니까, 이런 외설적인 영화는 집에서 나랑 보는게 좋겠지?"
 "당신이 손으로 만지지만 않았어도..!"
 "느꼈잖아. 응? 기분은 좋았지?"

 그는 능글맞게 웃으며 제 대답을 기다렸으나 나는 부끄러워 고개를 푹 숙인채로 그저 끄덕이기만 할 뿐이었다. 그는 뭔가 생각이 난 듯 제 어깨를 그의 큰 손으로 감싸더니, 말을 이었다.

 "역시 공공장소는 아닌 것 같아. 당신이 느끼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진 않거든. 정 영화가 보고 싶으면 말해. 안 쓰는 건물 하나 매입해서 영화관으로 만들어 놓을게."
 "그냥 집에서 볼게. 미안. 굳이 나오겠다고 고집피워서."

 말이 안 통하는 놈이다. 그냥 제 몸 간수만 잘한다면 별 상관 없을 것 같으니 순순히 그의 요구에 따르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가볍게 그의 입에 키스하고선,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는 옅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휴일이라기엔 조금 어지러운 날이었다. 영화관은 특히 생각치도 못한 일을 당했으나, 나를 위로한답시고 바닷가로 드라이브한건 꽤 기분좋은 느낌이었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닷 바람이 기분좋게 찰랑였다. 그의 차에서 내려 그의 손을 잡고 가볍게 볼에 입맞추며, 그의 집으로 들어간다. 이제는 익숙해진 당신에게 속삭이며.

 "사랑합니다. 이제는 도망 안 가니까, 걱정 안 해도 돼요. 나, 당신을 꽤나 사랑하고 있으니까."
 "그래? 그거 고마운데."

비록 처음은 강제였으나, 지금은 조금 다른 사랑을 속삭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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