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garette

 

쿠로×츠키




 퀴퀴한 냄새가 연기로 흩어지며 코끝을 찔러댔다. 초봄이라 그런지 아직까지 서늘했으며, 아스라이 흩어지는 하이얀 연기는 담배 연기에 묻혀 사라졌다. 바스라지던 그 하얀 연기는 허공을 뿌옇게 물들였다.
 코끝에 하얀 먼지가 내려앉은 듯 목 끝이 따가웠다. 내뱉은 한숨은 담배연기가 되어 흩어졌다. 독하디 독한 매연이 제 머릿속을 어지러이 헤엄쳤다.

 고개가 떨궈졌다. 앙하고 다문 입술 사이로 연기가 뿌옇게 새어나갔다. 켁켁거리는 소리가 촬영장 안에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담배 한 개비를 쥐고 있던 손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었다. 모든 게 흔들렸다.

 "컷!"

 감독의 목소리는 고스란히 제 귀에 들어왔다. 하지만 켁켁거리는 탓에 재빨리 대답을 하지 못한 게 화근이었는지 그가 직접 세트장 안으로 들어와 제 상태를 살폈다. 평소에 배우들한테는 눈길조차도 주지 않는 사람이다. 제가 섣불리 다가갈 수 없는 사람이고, 관심조차 주지 않을 사람이었다. 원래라면 그랬을 텐데. 이상하게도 계속 챙겨주려는 그의 노력이 꼭 무언가를 갈망하는 것만 같아 기분이 찝찝했다. 것도 배로.

 "츠키시마 군, 힘들면 그만해도 돼. 그 부분은 그냥 편집하면 되니까."
 "아니요, 하겠습니다."

 하지 말라는 데도 오기가 생겼다. 제가 맡은 역은 완벽히 소화해내고픈 마음뿐이었다. 그 사람의 노력에 반응해 주고 싶은 마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고 싶었다. 되도록 그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한도 내에서 마음껏, 자유롭게.
그가 제게 다가와 속삭였다.

 "들이마셔봐, 천천히."

 제 입에 담배개비를 가져다 대고선 금방 치웠지만 연기는 이미 호흡을 타고 넘어간 뒤였다. 다시 한 번 켁켁거리자 이번에는 그가 제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것도 아주 다정한 손길로 쓰다듬으며, 사랑하는 애인을 마주하듯 이질적인 표정을 지으면서 웃어보였다.

 "괜찮아? 아, 이런. 새 걸 꺼내야겠네."

 담배꽁초는 재빠르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그는 꽁초 끝을 재떨이에 비벼 끄고선 담뱃갑에서 한 개비를 더 꺼냈다. 그러고선 제게 줄 줄 알았던 담배는 그의 입으로 향했다. 라이터를 찾아 불을 붙이는 그의 손이 분주했다. 서서히 타들어가는 연기가 그의 입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몽롱한 연기는 그가 뱉어내는 숨과 함께 흩어졌다.

 "자, 다시 해봐."

 그러고선 그가 피우던-한 번이지만-담배를 제 입에 물려주었다.

 "천천히 빨고, 들이켜. 조금은 목 뒤로 흘려보내고, 나머지는 입 벌려서 뱉어내."

 전 보다 한결 나아진 것 같았다. 나는 그의 호흡을 따라하며 담배 향기를 음미했다. 여전히 독하고 더러운 냄새였지만, 그의 담배를 피운 덕인지 그렇게 역겹지는 않았다. 이게 몸에 주는 영향을 알면 그런 소리는 나오지도 않겠지만.

 다시 촬영은 재개되었고, 나는 그의 지시에 따라 다시 한 번 촬영을 이어갔다. 다행히도 장면에는 이상이 없었고, NG도 나지 않았다. 코끝으로 깔깔한 담배향이 미약하게 흩어지며 간질였다. 잠시 시간이 멈춘 듯 했다. 아무런 소리 없이, 아니 고요한 바람소리가 흘러간 촬영장은 감독의 한마디의 외침에 갈라졌다. 드디어 끝이다. 끝.
 '컷'을 외친 감독님은 빠르게 세트 안으로 들어와 제 상태를 살폈다. 옥상 난관이기에 딱히 세트라고 명명하기도 힘들지만, 아무튼 마지막 장면은 연기가 되어, 담배연기에 흩어지며 주인공이 사라지는 장면이었기에 감독님은 그 장면은 엄청 찍고 싶어 했다. 마치 세상에 이별을 고하듯 마지막 담배를 들이키며 참담한 얼굴로, 그걸 또 묵묵히 숨기면서 돌아서는 그 모습을 영화에 고스란히 담아내려고 했다. 성공이라고 말하기도 힘들지만, 담배에 모든 걸 맡겨버린 제 마음은, 감독님의 생각과는 다르게 서서히 피폐해지고 있었다.
당시의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마 그가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계속 그렇게 담배를 쥐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님, 단기간에 익숙해진 이 담배 향에 몸을 맡기고 다시 한 번 그 독한 매연을 들이키고선, 의지할 곳이 없는 제 처지를 비관하며 부정하려 들지도 모르겠고.

 "담배 이리 내놔."
 "쿠로, 아니 감독님. 제가 버리겠습니다."
 "버릇 들면 안 돼. 익숙해 졌다고 계속 피우게 되는 게 담배야. 이리 내. 옷에 있는 담배 곽도 내놓고."
 "예."
 "그리고 감독님이라고 안 불러도 돼. 익숙한 대로 불러. 이제 촬영 끝났으니까."
 "예, 쿠로오 상."

 나는 웃어보였다. 그도 기분 좋은 미소를 흘기며 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큰 손은 제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고, 나는 그 안정감에 안도했다. 이제 나와 그의 사이를 갈라놓았던 '배역' 이란 일은 끝이 났다. 그는 '감독'이란 위치에서, 나는 '배우'라는 위치에서 오롯이 '영화'라는 것을 바라보고 그 마지막 장면을 끝마쳤다. 그 중 담배가 가장 거슬렸지만, 이제 그와 나는 원 위치로 돌아가야 했다. 요 근래 조금 어색했던 그와의 거리를 좁히고선, 애인답게 굴어줘야겠다는 생각도 빠지지 않았다.  
 어쩌면 난, 이 사람에겐 아무것도 당해 낼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쿠로오 상, 촬영도 끝났으니까 이젠,"
 "집으로 가야지."

 그래요. 기쁜 표정을 감출 수 없어 새어 나오는 그 미소는 담배 향기처럼 중독성 있으면서도, 달콤했다.

 "촬영 끝났으니까, 담배에는 손도 대지마. 알겠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쿠로오 상."
 "응?"
 "사랑합니다."
 "응, 응. 얼만큼?"
 "담배 만큼이요."

 잠깐, 츳키? 하고 뒤에서 들려오는 쿠로오 상의 물음을 무시하고선 촬영장을 빠져나왔다.
 초봄에 흩어지는 연기는 아스라이 어른 거렸다. 제 입안을 물들였던 담배연기도 곧, 그의 집에선 사라질 테고 제 몸을 물들였던, 옷에 배인 향도 그의 향으로 가득 찰 테다. 나는 아무도 본 적 없는 미묘한 미소를 흘기며, 그의 집으로 향했다. 하늘은 여전히 맑았다.



-
#이런_거_넣고_싶었다!

黒-츳키.
月-쿠로오 상.
-달려드는 쿠로오 상, 막지 못한 츳키.
月-뭐 하시는 겁니까?!
黒-소독.
月-하아?
黒-담배 연기는 입 안에 배면 안 좋아.

능글맞게 웃으며 겁나 진한 키스를 퍼부어 줬다고 합니다. 것도 딥키스로.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