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

*사망소재 있습니다.

쿠로×츠키

 

 당신의 그 단단한 손에 쥐어져 질식될 수 있다면, 황홀할 것만 같다. 그러면 나는 당신의 그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바라보며, 눈물 범벅으로 흘러내린 제 얼굴을 애써 미소로 바꾸며 애처롭게 당신을 바라볼 것이다. 나는 당신의 그 어벙한 모습이 보고싶었다. 멍하게 제 눈물을 쳐다보며, 어찌할지 모르는 당신의 그 손을 잡았다. 더, 더 세게. 제 힘으로는 당신의 손을 풀 수 없을 정도로 세게. 계속 졸려지는 목에 켁켁대면서도 성대에 힘을 주고 보란 듯이 더 세게. 당신은 날 구하러 온, 천사인가요. 그렇다면, 제 목을 졸라주세요. 더 이상 제가 살 의지조차 느끼지 못하도록.

 "더, 더-! 커헉! 죽지-않-을-정도-로오, 질식하고 싶-,윽."
 "이제 그만. 진짜 못하겠다. 이건 아니야, 츠키시마."
 "당신이 바란거잖아요? 남자 고등학생, 그 또래 아이들을 좋아하는데, 목을 조이면 반응이 즐겁다면서요. 울먹이면서 그만해달라 애원하는 모습이 좋다고. 분명 당신이 첫 만남 때 그랬어."
 "하지만, 츠키시마 군, 이건 아닌 것 같아."
 "난 좋아요. 당신이 제 표정 보면서 어떻게 될까봐 두려워하는 것도 좋고, 다 끝나고 챙겨주는 것도 좋아.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당신은 마음이 너무 약해서 그 단단한 팔로 나를 죽여줄 수 없다는 점."

 그는 의아해 하면서도 다시 제 목을 쓰다듬었다. 그의 능숙한 손길이 제 목을 단단히, 부드럽게 주무른다. 당신의 손길이 목 위의 천을 사이에 두고 선명하게 느껴졌다. 당신은 제 목을 보며 물음을 내뱉는다.

 "있지, 머플러는 왜 두른거야?"
 "당신 손자국이 남아서, 들키면 이제 당신 좋아하는 것도 못 하잖아요?"
 "뭔가 오해하는 것 같은데, 내가 좋아하는게 아니라."
 "걱정마요. 난 좋으니까. "

 둘의 언어가 부서지며 얽혔다. 엄마는 당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아마 당신이 매번 우리집에 찾아오는 걸 알고 있었나봐요. 형도 당신을 별로 안 좋아해요. 그런데 당신이 이렇게 매번 제 방에 들어와서 당신의 욕구를 채울 수 있는 이유가 뭔지 아세요? 제가 괜찮다고 했거든요. 당신은 괜찮은 사람이니까.
 곧 나를 황홀하게 죽여줄, 미안하고도 고마운 사람이니까.

 당신의 욕망은 이제 빛을 바랜 듯 점차 연해졌다. 목을 조를 때의 느낌은 선명했지만, 탁하게 시야를 가렸다. 어지러히 흩어지던 제 기억이 주마등처럼 흩어 지나간다. 아아, 나의 천사여. 부디 나를 이 악한 세상에서 죽여주시길. 당신의 그 억세고 단단한 손으로 제 목을 조여 주소서. 이미 이 세상에 없었던 사람인마냥 조용히 죽어줄테니, 조심히 쥐어 사뿐히 질식시켜 주옵소서. 제 목이 조여오는 그 느낌은 당신의 손끝에서 부터 전율하여 다가왔다.

 나는 죽고 싶습니다. 당신의 그 욕망을 빌어, 부디 제 몸을 조심히 질식시킨다면 나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입니다. 당신의 욕망은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것이지만, 어쩌면 그러는 편이 더 좋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조여오는 감각도 무더졌으며, 당신은 마음이 약해져 점차 힘을 약하게 쥐고 있습니다.

 당신의 손은 약하게 제 목을 조여온다. 익숙해진 당신의 손길이 조심스레 제 목을 누른다. 나는 이미 이것의 쾌락을 익혀버린지라, 당신의 손길도 거부할 수가 없다. 그 황홀감에 빠져, 나는 그렇게도 증오하던 세상과의 작별을 고한다. 비록 당신의 손을 빌어 죽음을 얻어가지만, 그것 나름대로 감사한다. 나는 당신을 꽤나 좋아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 빌어먹을 세상에 당신을 향해 제 몸을 던지기엔, 자신이 너무나도 초라하게 느껴지는 탓이다. 나는 오늘에야 말로 사랑하는 당신의 앞에서, 당신이 그렇게나 보고 싶어하던 표정을 지으며, 황홀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다시, 다시 조여주세요."
 "미안, 츠키시마. 진짜, 미안."
 "큿-,더, 더 세게,아-아아-아-아아아-"

 정돈되지 않은 언어가 한계까지 걸쳐졌다. 당신을 바라보니, 확신에 찬 표정이다. 이제 더 세게 조여주세요. 당신의 그 단단한 손길로 나는 죽고 싶으니. 그는 더 힘을 주어 제 목이 부서질 것만 같다. 제가 울먹거렸나요. 울지말라고 그가 말해준다. 입이 점차 벌어지며 막힌 숨이 튀어나온다. 손에 막혀 나오지 못한 신음 소리가 잇새로 갈라진다. 곧 산소가 부족해지며 눈이 뒤집어 지고, 몸은 제 기능을 잃고 뒤로 젖혀진다. 발작을 일으키다 덩그러니 떨어진다. 드디어, 나는 세상과 작별을 고했다.

 쿠로오는 그대로 츠키시마의 손을 빌어 목을 쥐려고 했지만, 이미 뇌가 멈춘 츠키시마의 손은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쿠로오는 두려움에 벌벌 떨며, 자신의 목을 조심히, 그리고 조금씩 조였다. 목 안의 기관이 파열되고, 당신과 같은 상태로 죽음을 맞이한다. 나는 천사가 아니다. 그의 표현을 빌어, 이 빌어먹을 세상과 작별을 고하며, 나는 다시 당신의 곁으로 갈 것이니. 그 땐 반드시 사랑한다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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